2016년 1월 20일 수요일

펫 테라피(Pet Therapy)

북한이 남침을 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중2가 무서워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직 딸아이가 중2가 되진 않았지만, 
주변에서 보면 요즘 중2는 무섭고 거칠 것이 없는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이다. 
중2병 진단테스트나 관련 기사들은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계속 고양이 얘기만 하다가 갑자기 웬 중2병? 할 수도 있겠다.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건 "중2부모병"이다. 
사람들의 관심은 모두 중2 아이에 대해서만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자녀와의 기싸움에서 밀린 부모가 더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중2부모병'도 있다. 

"엄마도 아빠도 사람이다."
이건 매우 중요한 사실인데, 많은 사람들이 간과한다. 
실제로 자녀가 중2일 땐 1년 내내 눈을 한 번 못 맞추었다는 엄마도 있고, 
그냥 산으로 절로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열두 번도 더했다는 엄마도 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서 미리 겁을 먹어 그 시기를 현명하게 넘기기 위해 
예방 차원에서 초등 고학년 때 심리상담을 엄마와 아이가 같이 다니는 경우도 봤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리상담을 받으면 자녀와의 관계 개선이 될 수도 있다. 
각종 청소년 관련 부모교육 책자를 뒤지면서 
실천에 옮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특별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중2부모인 엄마아빠의 "마음의 병"을 치유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들이는 것이다. 
이건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강력하게 추천하는 방법이다. 
솔직히 심리상담센터에 가서 내가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사람 앞에서 
주절주절 떠들고 그것도 상담료를 지불하면서까지 하고픈 생각은 없다. 
육아나 청소년 관련 책을 읽으면서 실천에 옮기는 거. 
그것도 할 수는 있겠지만, 의지가 그다지 강하지 못해서인지 
책 읽은 후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2주쯤이다. 
그리고 책을 쓴 심리학자, 교육학자들은 성인군자인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어쨌거나 난 성인군자가 아니다. 

뭉치가 온 이후. 난 많이 변했다. 
그것도 정말 많이.
그냥 뭉치를 보면 난 웃게 된다. 
뭉치를 안으면 정말 포근하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도 뭉치를 보면 그냥 웃게 된다. 
아이도 뭉치를 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나도 아이들도 뭉치를 보고 웃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되니
서로를 대할 때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뭉치 얘기를 서로 하면서 공유하는 부분이 커진다. 

엄마인 내 입장에서는 뭉치와 함께 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뭉치가 실수를 하면 어떤 실수를 하든지 간에 그냥 넘기게 된다. 
"(아기) 고양이니까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에서이다. 
뭉치에 대한 포기는 분명 아니다. 
난 아이들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야만 해." "해야만 해." "실수는 없어야 해." 
그렇게 완벽을 기하면서 더 잘하기를 기대하면서 아이들을 끊임없이 다그쳤던 것 같다. 
그뿐만이 아니다. 
뭉치에게는 뭔가 기대를 하거나 보답을 원하거나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는 내가 여러 가지를 포기하고 희생하고 너희들을 키우고 있으니 
최소한 내가 기대하고 원하는 만큼은 너희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그게 너희가 내게 할 수 있는 효도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던 것 같다. 
뭉치의 엄마인 것은 단 한 번도 "생색"낸 적이 없으면서 
아이들에게는 내가 엄마이고 내가 희생하고 있다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티"를 내고 "생색"을 냈었던 것 같다. 
얼마나 그게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중2병의 가능성을 키워온 게 아닐까?

뭉치에게는 한없이 너그러고, 
뭉치는 있는 그대로 이해하면서 
정작 내 아이들에게는 조금도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뭉치와 함께 하는 순간순간 계속 느끼게 된다. 

천만 다행이다. 
큰 아이가 5학년일 때라도 뭉치가 우리집에 와서 말이다. 
뭉치를 대하는 마음가짐으로, 우리 아이들을 대하려고 노력하면, 
우리집에서는 중2병도, 중2부모병도 없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동물들과의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교감을 나누는 것이 
사람의 감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는 많이 있다. 
이런 점을 활용하여 치료에 접목시킨 것이 바로 동물매개치료, 펫 테라피 등이다.




동물매개치료학이나 펫 테라피와 같은 이론을 체계적으로 공부해 본 적은 없지만, 
실제로 뭉치와 토리가 온 이후
나, 아이들의 변화, 그리고 그 변화를 바탕으로 가정 분위기가 변화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난 자녀들 때문에 마음이 아파 죽겠다고 우는 소리를 하는 주변 엄마들에게
어설픈 상담을 하거나 추천도서를 권해주기보다는 
멋진 고양이, 귀여운 강아지를 키워보는 것을 권한다. 
실제로 우리집 말고도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현명하게 중2 시기를 넘긴 집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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