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6일 화요일

고양이는 정말 개보다 사람을 덜 좋아할까?

고양이는 정말 개보다 사람을 덜 좋아할까?

모르긴 몰라도 10명 중의 9명은 "그렇다"라고 대답을 할 것이다. 
그것도 별다른 고민없이 말이다. 
그렇게 대답을 하는 근거는, 
고양이와 사람 사이가 개와 사람 사이에 비해서 덜 친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개들은 사람들에게 충성하고 사람을 주인으로 모시지만, 
고양이들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뒤치닥거리를 맡기고, 
사람들과 교류를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고양이 집사라는 표현까지 생겼을까?
서양의 "Dogs have masters, Cats have staff" 농담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고양이와 사람간의 관계에 대해 좀더 객관화된 데이터는 없을까?

최근에 이루어진 고양이의 안정 애착(secure attachment)에 대한
앨리스 포터(Alice Potter)와 다니엘 밀스(Daniel Mills)의 연구가 있다. 
이들은 'Ainsworth Strange Situation Test(SST)'를 고양이에게도 적용해 보았다. 

잠깐 여기서 에인스워드(Ainsworth)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에인스워드는 애착이론가로, 대학 심리학 시간에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혹은 이름은 들어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애착 관련 실험에 대해서는 들으면 '아... 그 실험?' 할 것이다. 
에인스워드가 한 유명한 실험은 '애착 정도'에 대한 것인데, 
아기와 낯선 사람을 단 둘이 두었다가 돌아왔을 때 아기의 반응을 알아보는 실험이다.
12~18개월 대상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인데, 
안정된 애착이 형성된 아기들은 엄마가 떠나면 분리불안이 나타나긴 하지만, 
엄마가 돌아오면 금방 안심하고 다시 논다. 
불안정 애착인 경우에는 엄마가 나가면 굉장히 불안해하고 
다시 엄마가 돌아왔을 때 화를 내고 삐친다, 진정이 쉽게 안되고 운다 등
아기와 엄마의 애착의 유형을 분류하고, 
엄마로서의 자질을 어떻게 갖추어야 하는지를 시사하는 그런 실험이다.




이 비슷한 실험상황을 20마리의 고양이와 그들의 주인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다니엘 밀스(Daniel Mills)는 영국 링컨 생명과학대학 동물행동의학 교수이다. 
주인이 고양이를 낯선 사람과 함께 두고 방을 떠났을 때와 다시 돌아왔을 때,
낯선 사람이 고양이를 주인과 함께 두고 방을 떠났을 때와 다시 돌아왔을 때, 
또, 완전히 홀로 놔두었을 때 등 여러 상황에서의 고양이의 반응을 관찰한 것이다.

실험 결과, 고양이는 주인이 떠났을 때 더 많은 울음 소리를 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 울음은 '분리 불안'보다는 '불만 표시'에 가깝다고 했다. 
왜냐하면, 분리 불안을 느낄 때 나타나는 행동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분리 불안을 느낀다면, 주인을 찾는다거나,
왠지 모르게 위축되거나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거나 해야 하는데, 
그와 같은 행동 패턴이 전혀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개를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진행하면, 
개들은 주인이 떠났을 때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주인을 찾으려는 모습을 분명하게 보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역시 고양이가 개보다는 사람을 덜 좋아하는 것일까?

그렇게 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 같다. 
연구팀은 고양이가 주인과의 '상호작용'은 즐기지만
개와 달리 주인에게 '의존'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양이는 주인이 없다고 해서 불안감이나 좌절을 느끼지 않는,
심리적으로 아주 <독립적>인 것이지,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덜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고양이와 사람간의 <친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동영상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쉽지 않을까?
6살짜리 아들래미는 엄마인 나를 매우 좋아한다. 
12살짜리 딸래미 역시 나를 매우 좋아한다. 
6살짜리 아들래미는 나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매우 높다. 거의 껌딱지 수준이다. 
6살짜리 아들래미는 엄마가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지면 
매우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엄마가 어디 갔는지를 끊임없이 찾는다. 
반면 12살짜리 딸래미는 나로부터 독립하려고 몸부림을 친다. 
본인은 본인이고, 엄마는 엄마다. 
자기 자신을 엄마와는 독립된 개체로 인식하지만 엄마인 나를 좋아하는 건 여전하다.
딸아이가 엄마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엄마가 없어서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 해서 
엄마를 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가 주인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엄마(주인)가 방에서 사라지고 자신의 눈앞에서 보이지 않을 때 불안해하지 않는다 해서 
고양이가 주인을, 사람을 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않는 것이  
주인을, 사람을 덜 좋아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심리적으로는 개보다는 훨씬 더 독립적이고 성숙한 존재인 것 같다. 
뭉치가 새끼고양이였을 때는 장난도 많이 치고 엄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낭랑 18세를 지나 20대 초반으로 접어들어, 
어엿한 성묘가 된 뭉치는 날 찾는 일이 부쩍 줄어들었다. 

딸아이가 날 찾는 일이 줄어들게 되었을 때 난 사실 서운함보다는 
우리 아이가 심리적으로 성장했구나,
'독립적인 아이'로 잘 자라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뭉치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느끼기보다는 
내 바램대로 '크고 멋진 고양이'가 되어가는 거라고 받아들여야겠다. 
난 뭉치가 몸도 마음도 '커다란' 그런 고양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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