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2일 화요일

고양이 시장

2016년 4월 13일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무상보육> 때문에
4월에 "심판"을 하겠다고 벼르는 사람들도 적진 않지만...
정치가 실제 자신의 삶에 그다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투표를 한다고 해서 그다지 바뀔 게 없다는 생각도 적지 않아,
그다지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정치인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은 대한민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닌 듯하다.
2015년에는 러시아 시베리아 중부 지방의 바르나올에서,
2013년에는 멕시코 베라크루스주의 할리파에서,
그리고 1996년에는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고양이 시장"이 출마하거나 선출된 적이 있다.

2015년 12월, 러시아 시베리아 중부 바르나올에서 고양이 시장이 탄생했다.
온라인에서 치러진 비공식 시장 선거에서
고양이 "발식(Barsik)"이 6명의 정치인 후보를 물리치고 91%의 지지로 당선이 되었다.



영국 가디언과 CNN 등 외신들은 부패와 연고주의 정치인에 환멸을 느낀 시민들이
고양이를 시장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실제로 한 시민은 "선거 제도에, 그리고 현 정권에 신뢰를 잃었다는 점을
표현하고자 시작한 운동입니다. 시민 대다수가 '발식'에게 표를 던졌지요."라고 말했다.
또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서
'쥐(mouse)만이 발식에게 투표하지 않는다"는 광고판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고양이는 선거법상 출마불가능하며, 시장 후보로 등록할 수도 없는데도,
고양이 시장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당선이 된 것은
정치판에 실망할 대로 실망한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2013년 멕시코 베라크루스주의 할리파에서도
모리스(Morris)란 고양이가 시장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었다.



일부 시민들이 "들쥐에게 투표하는 것이 싫증났으면 고양이에게 한 표를"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SNS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선거 캠프를 마련하고 선거운동을 했는데,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출마 이유는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리스가
멕시코 정치인들보다 낫다"는 것이었다.
물론 후보 등록은 거부되었다.

실제로 고양이가 시장이 된 경우도 있다.
1996년 알래스카의 토키트나란 인구 900명의 마을에서
스터브스란 고양이가 시장으로 선출되었다.




금광개발 중심지였다가 몰락한 토키트나는 관광객 유치로 꾸려나가고 있는데,
시장 선출 문제로 주민들 사이에 불화가 발생하자,
그럼 차라리 고양이로 하자고 합의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스터브스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 왔고,
스터브스는 마스코트 역할을 15년 동안 훌륭하게 해 내왔다.

그런데, 다른 반려동물이 아닌 고양이가 왜 시장 후보로 출마했을까?
멕시코 고양이 시장의 경우,
내세운 슬로건에서 강조된 '들쥐'가 에스파냐어로 '보잘 것 없는 사람'이니
쥐를 잡아먹을 수 있는 존재인 고양이가 상징적으로 후보로 선정된 것 같긴 하다.
"정치인 = 사람"이고, 사람이면서도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고양이의 시장 출마는 정치인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곧 우리나라에서도 고양이가 선거후보로 출마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선거법상 동물인 고양이는 후보등록이 어렵겠지만,
뭉치나 꼬리를 비공식적으로 온라인상에서나마 출마하는 것은 가능할 듯 싶다.
오히려 가장 큰 문제는 뭉치나 꼬리가 동의를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닐까? ^^
뭉치나 꼬리가 출마를 원하지 않는다면 강요할 방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