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엄마는 뭉치의 집사라기보다는
<뭉치엄마> <뭉치맘>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보호자들(다른 말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간식을 주고 씻기고 화장실을 치우는 등
온갖 뒤치닥거리를 하면서도 고양이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있기 때문에
집사라는 표현이 쓰여진다.
하지만 사실 사람 아이에 대해서도 밥을 주고 간식을 주고 교육도 시키고 아프면 돌보는 등 온갖 정성을 쏟으면서도 아이에게는 애정을 갈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아이에 대해서는 내리사랑, 무한사랑을 베풀면서도
그렇다고 우리 부모들을 스스로 '집사'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뭉치엄마는 캣맘, 캣패어런츠라는 맥락에서,
<뭉치맘>으로 불리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런데, 이 '캣맘'이 '주인없는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먹이거나
자발적으로 보호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로 쓰이고 있고,
캣맘이라고 얘기할 때는 "집고양이"보다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어서 얘기하는 것 같다.
사실 이 캣맘이라는 표현은
고양이를 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널리 사용되진 않았었다.
유기묘 관련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나
인터넷의 고양이 까페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로 사용되었는데,
작년 2015년 10월에 있었던 '용인 캣맘 사망 사건'으로 인해
캣맘이라는 용어는 유난히 많이 사용되고 많이 알려졌다.
사실 캣맘 사망 사건은 아파트 화단에서 길고양이집을 짓던 50대 여성이
초등학생이 던진 벽돌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기 때문에,
사실 이 사건은 '용인 캣맘 사망 사건'이라고 하기보다는
'용인 벽돌 살인 사건'으로 바꾸어 부르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 사건이 캣맘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일어난 범죄는 아니라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어이가 없는 사건이었고,
어쨌거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이었다.
어쨌거나 용인 캣맘 사망 사건은
예전에 있었던 캣맘혐오(혹은 증오) 사건에 관한 문제도 이슈화시켰고,
길고양이나 유기동물, 동물학대 등에 대해서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일반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의하면,
2013년 발생한 유기동물은 97,197마리였으며, 2014년에는 81,147마리였다.
2015년 상반기에는 38,685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해
12월까지 8만 마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버려지는 유기동물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을 수 있다.
하지만 유기동물의 수보다는 반려동물들이 버려지는 이유가
<경제적 이유>와 <변심>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고양이는 자신을 키워줄 사람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자녀들이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양이도 그렇다.
부모가 맘에 들지 않고 부모가 자신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지 않는다 해서
고양이는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시설을 찾아갈 수도 없다.
일반적으로 자녀를 갖기 전에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부모로서의 자격이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자격이 다소 부족하면 그 선에서 부족함을 메우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고양이도 자녀 못지 않게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 진지하게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본다면,
유기동물의 수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정말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가?"
"나는 고양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집은 과연 고양이를 키우기에 적합한가?"
"나 아닌 다른 가족들은 고양이를 키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단 한 번도 해 보지 않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런 계획도 없이
순간적인 욕심만으로, 혹은 아기 고양이가 너무 이쁘다고 고양이를 입양하게 된다면,
고양이를 입양한 사람이나 고양이 모두 힘든 일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 고양이를 파양하거나 유기하는 일까지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고양이를 데려오기 전에 고려해야 할 점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뭉치엄마는 딱 두 가지를 들고 싶다.
하나는 "
경제적인 여건"이고,
다른 하나는 "
내가 고양이를 위해서 희생할 수 있는가"이다.
1. 경제적인 여건
먼저, 내가 고양이를 책임질 수 있는 경제적 준비가 되었는가 하는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 성인이라도 일정 수입이 없는 경우는
준비가 되었을 때까지는 절대 고양이를 입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개와 고양이 평균수명인 15년 동안 키울 경우
2013년 기준 반려묘는 1996만 3000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한 번 생각해 보자.
처음에 새끼고양이를 입양할 때 들어가는 입양비(분양비)가 있다.
인터넷 고양이 까페에서 집 고양이를 가정분양받을 경우 ,
3~5만원 안팎의 책임비(유기하지 않고 끝까지 키우겠다는 의미로 내는 돈)를 낸다.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고양이 분양비는 평균 28만 6,627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품종 고양이의 가격은 수십~수백 만원 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어린 학생들의 경우 고양이 까페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비만 책임비만 있는 고양이를 찾기도 하는데,
모아놓은 용돈으로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오기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고양이를 데리고 오는 순간부터 고양이가 먹고 자고 싸기 위해서는
일정액의 지출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해 조금의 고려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품종 고양이든 책임비만 부담하고 데리고 온 고양이든 먹고 자고 싸는 건 똑같다.
그리고 고양이가 먹고 자고 싸기 위해서는 일정액의 지출이 필요하다.
일단 고양이가 먹을 사료와 캔, 필요하다면 간식 비용이 들어간다.
캔도 가격대가 다양하긴 하지만,
아무리 저렴한 알뜰 캔이라도 하더라도 한 개당 1천원은 나간다.
비싼 캔은 156g에 6,200원인 것도 있다.
고양이가 천원짜리 캔을 하루에 하나만 먹는다고 하더라도,
한 달에 고양이 캔값으로만 3만원이 필요하다.
캔 말고도 건식사료나 소시지, 져키 스틱, 캣닙 같은 간식류도 있다.
고양이가 맨날 캔(밥)만 먹고 지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이래저래 캔값 포함 사료간식비로 월 4만 5천원은 지출을 예상해야 한다.
고양이가 먹으면 ddong을 싼다.
상대적으로 강아지에 비해서 배변훈련이 쉽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내가 데려온 고양이가
화장실 변기에 ddong을 싸는 유튜브 동영상 속의 고양이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모래를 준비해 줘야 한다.
이 모래도 저렴하지 않다.
6.35kg에 1만 5천원 내외 정도 예상해야 한다.
사료하고 모래는 시작일 뿐이다.
사료나 캔의 내용물을 덜어줄 급식기도 있어야 하고,
물을 담아줄 급수기도 있어야 하고,
모래를 담아 둘 적당한 화장실도 있어야 하고,
집안의 소파 등이 고양이 발톱의 공격에서
조금이라도 멀쩡한 모습을 유지하길 바란다면, 스크래쳐도 있어야 한다.
고양이를 목욕시킬 때 필요한 고양이 전용 샴푸도 있어야 하고,
(왜냐하면 고양이는 자기 털을 핥아서 그루밍을 하기 때문에 사람 샴푸를 쓸 수 없다)
털을 가지런히 빗겨줄 브러쉬도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처럼 가끔 미용도 해야 한다.
일명 바리깡을 사서 집에서 자가미용을 시도하는 용감한 집사들도 있긴 하지만,
별로 권장하고 싶지 않다. 모양새도 모양새지만, 고양이가 다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거나 같이 외출을 할 때 이동장도 필요하고,
자라나는 날카로운 발톱을 깎아줄 발톱깎이도 필요하고,
고양이와 놀아줄 때 필요한 쥐 장난감도 필요하다.
이왕이면 멋진 집이 달려있는 캣타워도 있으면 더 좋겠다.
이동장이나 캣타워, 급식기 등은 어느 정도 반영구적이라 할 수 있지만,
사료, 간식, 모래, 목욕/미용용품, 장난감 이런 것들은 매달 꾸준히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다.
아무리 아무것도 안 산다 하더라도 사료간식과 모래는 꼭 필요하고,
그래서 최소 월 5~6만원은 고양이를 위해 지출을 해야 할 것이다.
평균 월 5~만원?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부담없이 고양이를 위해 지출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의료비가 더 있다.
초기 예방접종 비용을 시작으로, 중성화수술 비용,
예기치 못한 응급상황에서의 의료비도 고려해야 한다.
초기 예방접종 비용도 10만원 내외까지 예상해야 하고,
그 외에 고양이가 아파서 병원을 방문하게 될 경우
동물병원은 보험이 따로 없기 때문에
(동물보험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추후에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의료비가 "비싸다"라는 느낌을 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 자료에 의하면, 고양이 1마리 기준 연간 평균 의료비는 14만 3,093원이라고 한다.
또 선택이긴 하지만, 중성화 수술 비용도 있다.
성별, 지역에 따라 비용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숫묘는 20~25만원, 암묘는 30~35만원 가량 한다.
한편, 고양이의 수명이 15년에서 많게는 20년이라고 볼 때,
고양이가 늙었을 때 발생되는 질병과 이에 따른 의료비도 미리 예상해야 한다.
아직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학생들의 경우,
지속적으로 고양이에 들어가는 지출과 관련하여 가족과 갈등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지출에 관해 명확하게 상의가 되지 않거나
가족(특히 가정경제의 주체인 부모)이 고양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을 경우,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파양의 수순을 밟기 마련이다.
따라서 정말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학생들의 경우,
부모님과 충분한 상의를 통해 동의를 얻은 후 입양하기를 권하며,
그게 아니라면 나중에 경제적으로 독립한 후에 그때 입양하기를 권한다.
한편, 부모님과의 충분한 상의 및 동의 과정에서 아이가 배울 수 있는 부분들도 있다.
대부분 경제적 능력이 없는 아이(혹은 학생)가 고양이를 데리고 오려고 할 때,
아빠는 반대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고양이를 돌보거나 청소에 대한 부담 등을 가지는 엄마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뭉치엄마도 그랬다.
하지만, 아이가 원하는데 계속 반대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고양이를 덜컥 데려올 수도 없다.
고양이를 왜 키우고 싶은지에 대해 아이와 충분히 대화를 나눠보고,
정말로 원한다면, 고양이의 입양비를 아이가 모아보도록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 집은 뭉치누나가 고양이를 데려오자고 했을 때
고양이 입양비는 뭉치누나가 100% 모아서 부담하기로 했고,
실제로 뭉치누나는 자신의 용돈을 꽤 오랜 기간 동안 모았다.
솔직히 뭉치엄마는 뭉치누나가 나가떨어지기를 기다렸다.
고양이 입양비는 초등학생이 모아서 부담하기에는 매우 큰 돈이다.
아이는 정말 꾸준히 열심히 돈을 모았고,
아이가 얼마나 고양이를 키우기를 원하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아이의 간절함과 꾸준함은 엄마의 고양이입양반대 마음을 바꾸는 데 충분했다.
임양 후에도, 뭉치와 꼬리가 먹는 캔을 구입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의 10%는
뭉치누나가 부담하고 있다.
아이는 뭉치를 데려오기 위해서, 그리고 뭉치 캔 구입을 위해서
용돈을 규모있게 계획해서 쓰고, 절약하는 습관이 저절로 형성되었다.
2. 나는 고양이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가?
뭉치는 내게 있어서 자식같은 존재이다.
말로만 내게 아들인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12살짜리 딸래미, 6살짜리 아들래미가 어린 아기였을 때,
휴직을 하고 아이들에게 붙었던 것처럼,
뭉치를 데려와서 뭉치가 만 1세가 되기 전까지는
뭉치엄마는 외출횟수조차도 줄여가면서 뭉치와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작년에 나를 만나려던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했었던 말이,
"우리 애(뭉치)가 너무 어려서 내가 밖에 나갈 수가 없어." 였다.
외출이 문제가 아니라 더 나아가 여행도 포기했었던 게 사실이다.
또 뭉치를 두고 여행을 간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어
뭉치가 우리집에 온 이후로는 여행다운 여행을 간 적이 없다.
마치 돌 전의 아기를 키우는 집에서 여행을 당분간 못 가는 것처럼 말이다.
신기하게도 육아휴직 기간에는 느꼈었던 스트레스를
뭉치를 키우면서는 단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다.
뭉치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정말 좋아서인 것 같다.
이런 뭉치엄마 입장에서는
고양이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만을 보고서 고양이를 데려온 후,
방치하는 "못된"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고양이를 데려오기 전에
"내가 고양이를 위해 얼마나 희생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많은 의미를 포함한다.
<희생>은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바치거나 버림. 또는 그것을 빼앗김"을 말한다.
너무 거창하게 목숨, 재산, 명예, 이익까지 바치거나 버리진 못할지라도,
내 고양이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줄 각오는 되어있어야 한다.
자기 할 것을 다 챙기면서
남는 시간에 고양이를 돌보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고양이를 데려오지 않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 사람과 함께 하는 고양이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해서, 게으른 사람은 고양이를 키울 자격이 없다.
고양이는 예쁘다고 몇 번 쓰다듬거나 안아준다고 저절로 자라진 않는다.
1) 고양이가 아프거나 불편한 데는 없는지 매일 수시로 살펴야 하고,
고양이 위스퍼러가 아닌 이상 고양이가 왜 야옹거리는지를 정확히 알 방법은 없다.
그러니까 수시로 고양이의 털, 코, 자세 등을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내가 아프거나 마음이 불편하거나 바쁜 날은 고양이랑 눈도 안 마주치고,
내가 건강하고 즐겁고 한가한 날만 고양이를 들여다보는
그렇게 기복이 심한 사람이라면 고양이를 키워서는 안된다.
매일 수시로 "꾸준히" 고양이에 대해 정성과 마음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특히 중요한 건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매일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양이의 수명은 15년 많게는 20년으로, 사람보다 짧은 일생을 살며,
그렇기 때문에 고양이 주인은 고양이의 전 생애를 보게 되며,
예쁘고 사랑스럽고 귀엽고 앙증맞은 새끼고양이 시절부터 시작하여
무뚝뚝하고 아픈 곳이 많고 돌봐줘야 하는 늙은 고양이 시절까지 함께 하게 된다.
40살 먹은 아들이 80살 노모에게는 언제나 어린 아이처럼 보이는 것과 같이,
17살 먹은 늙은 고양이라도 내 눈에는 새끼고양이처럼 보이겠지만,
처음 데려왔을 때부터 고양이의 마지막 날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고양이를 대할 수 있을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2) 고양이에게 일정 시간에 양질의 사료(캔)를 제공해야 하고,
제발 고양이쇼핑몰에서 저렴하고 유통기한 임박한 싸구려 캔을 주문하고서
만족감을 느끼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로 내 고양이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무엇인지,
헤어볼을 토해내야 하는 시기가 되진 않았는지,
너무 한 가지 식재료에만 빠져서 편식을 하진 않는지 살피고 생각하면서
고양이의 끼니를 챙겨주길 바란다.
끼니 역시 어느 정도의 규치적인 시간대의 급여가 중요하다.
그래서 불규칙적이고 게으른 사람이면 안된다는 거다.
3) 고양이의 털이나 발톱 등을 깔끔하게 손질해 주어야 하고,
고양이의 발톱에 긁혀 상처가 생기게 되면
그때서야 고양이를 구박하면서 발톱을 깎아주는,
그런 게으른 주인은 되지 않길 바란다.
털도 마찬가지다.
브러쉬로 빗어주지 않다가 뭉친 털을 발견하고서
고양이에게 왜 그루밍도 안하냐고 구박하기 전에
주인 스스로의 게으름을 돌아보길 바란다.
4) 가끔은 고양이를 목욕도 시켜줘야 하고, 양치질도 해 줘야 하고,
고양이가 물을 싫어한다고 해서,
또 고양이가 스스로 그루밍을 한다고 해서 목욕을 안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양치질도 해 주어야 한다. 고양이도 사람처럼 나이가 들면서 치석이 생긴다.
5) 고양이가 사용하는 화장실도 규칙적으로 치워줘야 한다.
제때 치워지지 않는 더러운 화장실 때문에
고양이가 집안 곳곳에 배변을 했으리라고 상상도 못할 만큼,
본인이 불규칙적인 사람이라면 고양이를 데려오지 않기를 바란다.
고양이는 웬만해서는 화장실(모래)이 아닌 다른 곳에 배변을 하지 않는다.
6) 집 청소도 부지런히 매일 해야 한다.
고양이가 사용하는 화장실 뿐 아니라,
고양이와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집을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
매일 청소해도 고양이털은 곳곳에서 눈에 띄고,
언제 토해놓았는지도 모르는 헤어볼은 말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청소기를 돌리고 정리하자마자 소파 밑에서 먼지와 엉킨 고양이털을 발견하게 되면,
또 청소기를 돌려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애묘인들 중에는 청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고양이 오기 전에도 청소가 몸에 배어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스트레스가 배가 될 것이다.
사실 뭉치엄마도 엄청난 살림꾼이자 청소꾼은 아니다.
그런데, 뭉치와 토리랑 함께 한 이후에는 매일 청소를 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예전에 청소로 인해 받았던 스트레스만큼의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
오히려 뭉치 덕분에 부지런해졌다고 해야 하나?
뭉치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가능한 것 같다.
7) 산책을 나가자고 보채면 데리고 나가기도 해야 하고,
고양이와의 약속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산책가자."
라고 얘기한 후 그것을 잊고서 다음날 저녁식사를 하고 들어온 적은 없나?
고양이의 기억력을 과소평가하지 않기를 바란다.
8) 놀아달라고 곁에 와서 신호를 보내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분명 놀아달라고 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을 놓쳐놓고서
밤에 '왜 이렇게 아이가 우다다를 하고 내 숙면을 방해하지?' 하면서
애궂은 고양이만 원망한 적은 없나?
고양이가 놀아달라고 신호를 보내면,
낚싯대를 흔들어주거나 레이저를 쏴 주는 등, 고양이를 즐겁게 해 주어야 한다.
고양이와 함께 한다는 것은
나만 좋자고 고양이를 데리고 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고양이도 행복하고 즐겁고 편안해야 한다.
9) 고양이가 어릴 때는 장기출장은 잡지 않아야 하고,
어린 아기가 있는 워킹맘은 장기출장은 아예 가지 않는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집에 있는 고양이의 존재를 잊고서
(한순간이라도 존재를 잊는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지만) 장기출장을 잡은 후,
생면부지의 사람을 인터넷에서 찾아서 탁묘를 하는 만행은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
불가피하게 출장을 가게 된다면, 믿을 수 있는 지인에게 부탁을 하고,
이왕이면 고양이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지인이 좋겠다.
필요하다면 고양이에 대한 기초지식을 적어서 주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여행을 가서도 수시로 연락을 해서 고양이가 잘 지내는지 체크하는 건 기본이다.
cf) 출장뿐만 아니라 고양이와 함께 있지 못할 피치 못할 일정이 있을 수 있다면,
고양이 입양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어학 연수나 유학을 가거나 군대를 가는 경우,
결혼을 하거나(배우자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임신을 하는 경우(아기와 고양이는 같이 키울 수는 있지만,
임신 자체만으로도 체력적 부담을 느끼거나
건강상의 문제를 초래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등 이런 경우에는 고양이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잠깐 다른 사람에게 탁묘를 하기도 하지만,
반복되는 입양과 파양, 혹은 잦은 탁묘 등을 좋아할 고양이가 있을 리 만무하다.
10) 고양이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
고양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예뻐하는 것은 반쪽짜리 사랑이다.
제대로 사랑하고 보살피고 키우기 위해서는 고양이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인터넷상에서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검증되지 않은 지식들에 의존하기보다는
고양이에 관한 책도 몇 권 구입해서 읽어보고,
동물행동이나 심리를 기반으로 써 놓은 해외 블로그 글도 읽어보고,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길 바란다.
특히 고양이가 먹으면 위험한 음식이나 구토를 하는 이유,
반드시 동물병원에 가 봐야 하는 응급상황 등에 대해서는 꼼꼼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고양이는 자신의 생명을 전적으로 주인에게 의존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뭉치엄마도 부족하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있고,
어제보다는 오늘, 지난달보다는 이번 달, 작년보다는 올해 고양이에 대해 좀더 알고 있고,
아는만큼 뭉치와 토리를 보는 시야가 조금씩 넓어짐을 느끼고 있다.
고양이를 데려오기 전에, 이렇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고양이가 우리집에 오면 행복할까?
"고양이는 나와 함께 지내는 것을 좋아할까?"
이 두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면,
혹은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도록 노력할 마음가짐이 되어 있다면,
애묘인이 될 자격이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참고.
"반려동물 유기 여름철 급증... 왜 시골에 버릴까" http://news.kbs.co.kr 2015년 8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