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8일 목요일

뭉치는 산책을 좋아하는 고양이~~~

뭉치를 만나기 전.
내가 알고 있는 고양이는 만화 속 고양이들이 전부였다. 

장화신은 고양이(Puss In Boots)에 나오는 눈이 커다란 고양이



스튜어트 리틀에 나오는 하얀 Snowbell



개구쟁이 스머프에서 마법사 가가멜과 함께 다니는 이즈라엘



그리고, 유명한 가필드



가필드는 뚱뚱한 몸매를 자랑하며 라자냐를 좋아하는 고양이고, 
스노우벨은 하얀색 털을 가진 고양이긴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고양이는 
노랗고(얼룩줄무늬가 있기도 함) 꼬리가 가느다랗고 길며, 날씬한 동물이었다. 

내가 뭉치를 데려오기 전.
어떤 고양이를 키울까 고민하던 때에도 
내 머릿속 고양이 이미지는 가필드나 스노우벨이 다였다.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품종마다 매우 다른 성격과 특징, 
그리고 매우 다른 생김새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내게 맞는 고양이를 고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고양이 품종별로 어떤 기원을 가지고 있고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또 장모종인지 단모종인지 등에 대해서도 나름 study를 하고, 
그렇게 하면서 호감이 가는 종을 몇 가지 선택하고, 
그 후 자신에게 잘 어울릴만한 고양이를 골라야 한다. 
그런 신중한(?) 과정 없이 뭉치를 용감하게 데리고 올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산책 가능한 고양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산책 가능한 고양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산책은 강아지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고양이도 산책을 한다고?
노르웨이의 숲은 다른 고양이들과 달리 목줄을 메고 산책이 가능하다는 말에 
정말 열심히 <노르웨이의 숲> 고양이만 찾다가 뭉치를 만나게 되었다.

뭉치는 산책을 정말 좋아한다. 
물론 처음부터 산책을 즐겼던 것은 아니다. 
뭉치의 산책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단계(초창기) - 산책이 뭐야? (2014년 10월 20일)

<뭉치>
아빠가 왜 밖에 나가자는 거지?
난 이 집이 지낼만한데...
가슴이랑 목에 치렁치렁한 거 갑갑하기도 하고. 뭐가 이렇게 다들 처음 보는 것들이야. 
다들 커다란 것들 투성이네.
그냥 집에 들어가고 싶어. 
몰라몰라. 그냥 주저앉아버려야지. 
그러면 아빠가 날 데리고 들어가지 않을까?

<뭉치맘>
산책이 가능한 고양이라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서 목줄을 구입했다. 아파트 현관으로 내려가려고 하는데, 도무지 꼼짝을 하지 않는다. 
결국 안고서 내려가서 조심스럽게 바닥에 뭉치를 내려놓았다. 뭉치는 그냥 퍼져 앉는다. 바닥에 엎드려서 움직이지 않고 바짝 얼어있다. 
노르웨이의 숲 고양이 산책가능하다는 말. 잘못된 얘기인가 보다. 
아. 난 뭉치랑 산책하는 게 로망인데...
강제로 좀 끌고 가니까 두세 발자국 떼고 또 바짝 엎드린다. 포기. 
노르웨이의 숲 고양이는 산책이 가능하지 않다. 
그냥 데리고 들어왔다. 



2단계(적응기) - 산책. 이거 그렇게 무서운 건 아니네 (2014년 11월~)

<뭉치>
이 줄. 지난번에 한 번 했던 거. 그거지?
밖에 나가자는 거군.
지난번에 봤던 놈들이군. 
조금 더 가볼까?
다 비슷비슷한 놈들이 있네.
코로 들어오는 바람도 괜찮고. 
내가 조금 따라다녔더니 자꾸 더 멀리 가네. 
이쯤에서 주저앉아버려야겠다. 날 데리고 들어가겠지. 

<뭉치맘>
두번째, 세번째 산책을 하면서 뭉치가 산책에 임하는 자세가 확실히 달라졌다.
목줄을 하자고 하면 버둥거리면서 빠져나가려고 하지도 않고, 
밖에 나가서 바닥에 내려놓으면 그냥 퍼져있기보다는 몇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간다. 
집 근처 놀이터와 공원을 제법 걸어다닌다. 
계속 걷지는 않고, 걷다가 주저앉았다가를 반복한다. 
뭉치가 이제는 주변에 대해서 좀 익숙해지기 시작하나 보다. 
가끔은 그럴듯하게 앉아서 바람이 부는 것을 즐길 줄도 안다. 
아직까진 많이 멀리 걷지는 못한다. 
하지만, 첫번째 산책에 비해서는 정말 멀리까지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멀리 나갔다가 주저앉아버리면, 5kg를 넘는 뭉치를 안아서 데려와야 해서
아빠 팔이 좀 아프다는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말이다.

3단계(발전기) - 산책. 오호. 이거 할만한데? (2015년 봄)

<뭉치>
날씨가 좋네. 풀냄새도 좋고. .
날 보고 자꾸 고양이가 맞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서 귀찮긴 한데...
이 동네는 걸어다닐 만하단 말이야. 
여기는 내가 잘 아는 동네이기도 하고. 
좀 뛰어볼까나?
아빠가 깜짝 놀라네. 
자주 나와야겠다. 뛰지는 말아야지.


<뭉치맘>
뭉치가 꼬리를 한껏 들고서 위풍당당하게 산책하는 모습을 보면, 
콧노래가 들리지 않을 뿐,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무마다 풀냄새를 맡기도 하고, 
사람들이 옆에서 지나다니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다. 
가끔 산책나온 강아지가 있음 경계하면서 잠시 아빠한테 들러붙긴 하지만, 
특별히 강아지를 무서워하거나 하진 않는 것 같다. 
아마도 본인의 덩치가 훨씬 더 커서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이제는 걷는 것은 너무 잘하고. 주변 경관을 살피고 즐기면서 걷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목줄을 끌어당기며 빨리 뛰기도 한다. 
참... 사람들이 너무 많이 묻고 놀란다. 
"이거 고양이인가요?" 말이다. 
놀라는 이유의 첫번째는 이 동네에서 산책하는 고양이를 본 적이 없어서일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뭉치가 꽤 커서이다. 
이렇게 큰 고양이를 본 적이 없어서 놀라는 거다. 

4단계(부흥기) - 산책하고 싶어. (2015년 가을)

<뭉치>
나 밖에 나가고 싶은데...
나 풀냄새 맡고 싶은데....
왜 밖에 자주 안 나가는 거지?
문앞에 가서 소리를 질러봐야지. 
나가자고. 
밖에 나간 지 좀 되었다고.

<뭉치맘>
요즘 뭉치는 자꾸 현관에서 울어댄다. 
산책가고 싶어서 그러는 거 나도 알긴 안다. 
그렇다고 매번 데리고 나갈 수도 없고. 
이제는 내가 외출할 때마다 같이 따라나서려고 해서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엄마나 아빠가 귀가때 문을 열면 밖으로 튀어나가려고 하는 시도도 자주 한다. 
뭉치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집에 들어가려고 하면, 
이제는 뭉치가 산책을 더해야 한다고 졸라대서 그것도 큰 문제 중의 하나다. ^^

2015년 11월. 
불과 1년 전만 해도 낯선 환경에 어쩔 줄 몰라하고 어리둥절했던 아기고양이는
산책을 즐기는 "멋지고" "큰" 고양이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2016년 2월.
뭉치는 추운 날씨에도 여전히 산책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또다른 노르웨이의 숲 고양이인 토리는 
한 발자국도 떼지 않는 것을 보면. 
산책이 특별히 가능한 묘종이 있는 것 같진 않다. 
오히려 고양이 산책은 어릴 때부터 하면 적응하기 나름인 듯 하고, 
고양이에 따라 산책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따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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