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7일 수요일

"고양이의 날" 그리고 "관심에 대한 단상"

오늘 2월 17일은 <고양이의 날>이다.

원래 국제동물보호기금(IFAW)이 8월 8일을
"국제 고양이의 날(International Cat Day)"로 지정,
2002년부터 기념해 오고 있으며,
대부분의 유럽에서는 2월 17일이, 러시아에서는 3월 1일이
"세계 고양이의 날(World Cat Day)"이다. 
국제 고양이의 날, 세계 고양이의 날 이들 모두는
인류의 오랜 친구이자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인 고양이를 
축하하고 생각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심술고양이로 알려진 고양이 스타도 
세계 고양이의 날, 축하(?) 메세지를 전한 적이 있다. ^^



미국에서는 매년 10월 29일이 <고양이의 날>이다.
고양이의 날(National Cat Day)은
강아지의 날(National Puppy Day)을 만든 사람이기도 한,
동물변호사인 콜린 페이지(Colleen Paige)와 Adam Olis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 날은 매년 구출되고 보호되어야 할 고양이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대중들이 좀더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생겼다고 하고, 
또 고양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우정을 나누는 
고양이 애호가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고양이의 날>이 있나 해서 찾아보았더니,
놀랍게도 "있다".
인터넷매체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을 운영하는 고양이 전문 작가 고경원 씨가
2009년부터 '고양이의 날' 행사를 열어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고양이의 날>은 9월 9일이다. 
9월 9일은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는 속담에서 따왔고, 
9개의 목숨만큼 질기고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길 기원하는 '아홉 구(九)'
아프지 말고 오래 주어진 삶을 누리길 응원하는 '오랠 구(久)'가 담겼다고 한다.
난 미처 몰랐지만, 
국내 고양이 애호가, 애묘인들 사이에서는 고양이의 날이 많이 알려졌다고 한다. 
고양이의 날이 널리 알려져서, 사람들의 고양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 
고양이 유기와 길고양이 학대 등을 줄여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생각해 보니, 뭉치와 꼬리를 키우기 전에는 <고양이의 날>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고,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그저 나의 모든 관심사는 두 자녀와 관련된 일들에 집중되어 있었다.
말 그대로 아이들과 관련된 것에만 모든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해 왔다.
임신중에는 아이 태교를 어떻게 해야 하나, 
4살 겨울에는 유치원 추첨전쟁을 어떻게 치르나, 
유치원 다닐 때에는 조기영어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어떻게 하면 자기주도학습습관을 형성해 주나, 
초등학교 고학년 때에는 성조숙증이 오지 않고 날씬하고 예쁜 딸래미로 어떻게 키우나 등.
세상일의 99.9%가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솔직히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구촌의 환경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등은 
관심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관심"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 또는 그런 마음이나 주의'를 말한다. 

약 12년 동안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은 결과 
난 육아나 교육에 있어서는 거의 공자에 버금가는 전문가 수준이 된 것 같지만, 
나머지 세상일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가까운 수준이 되었다.
관심이 가지 않고 마음이 끌리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들에
의도적으로라도 아주 조금씩만, 그리고 잠깐씩만이라도 관심을 나누어 주었더라면 
내 삶은 조금 더 풍부해졌을 것이고,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 역시 훨씬 넓어졌을 것이다. 

다행히 아이들에게만 집중되었던 관심이
작년 봄부터는 뭉치 덕분에 <고양이>에게도 나누어지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요즘은 세상일의 99.9%가 뭉치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뭉치가 있어서 <고양이의 날>이 언제인지 알게 되었고,
토리가 있어서 <고양이> 관련 동영상을 챙겨보게 되었고,
뭉치가 있어서 <고양이> 관련 뉴스를 찾아보게 되었고,
토리가 있어서 <길고양이> 정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인터넷상에서 뉴스 타이틀만 보고 말았을 '캣맘 사건'의 경우도
길고양이 문제나 정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 
뭉치밥을 고르면서, 어떤 사료나 캔이 고양이 건강에 좋을지 찾아보게 되고
뭉치의 ddong을 보면서 어떤 형태의 모래가 좋을지 찾아보게 되고
뭉치를 쓰다듬으면서 어떤 솔이 뭉치의 털을 부드럽게 할 수 있을지 찾아보게 된다. 

아이랑 동화책을 읽어도 그림속의 고양이가 눈에 들어온다. 
물론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고양이가 주인공인 동화책이나 영화는 당연한 거고, 
마녀위니와 함께 사는 (주인공이 아닌) 검은고양이 '윌버'가 눈에 들어온다거나



인터넷쇼핑몰에서 고양이 모양의 후드 티셔츠에 눈이 간다거나



고양이 가방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등



온종일 고양이 생각뿐이다.

뭉치가 없던 시절에는 조금의 관심도 갖지 않았었는데,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좋은 <뭉치 엄마>가 되려고 많은 관심을 
"고양이"에게 쏟아왔고 쏟고 있고 앞으로도 쏟을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아이들, 고양이 말고 내 <관심>을 쏟아부을 것들을 끊임없이 찾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나 자신, 내 주변, 더 나아가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들이 없어진다면, 
그 삶은 "죽은" 삶일 것이다.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관심대상이 무엇이든지 간에 
살아가면서 관심대상이 있고, 그 관심대상이 여러 가지일수록 
또 그 관심대상이 어느 정도는 변화가 있을수록

그 삶은 생동감 넘치고 의미있고 즐거운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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